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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감자샐러드를 위해 A perfect potato salad

감자 샐러드. 생각해보면 하나의 반찬으로 주인공보다는 조연, 또는 엑스트라 정도의 역할을 하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요리책을 읽다가 감자 샐러드가 감초 엑스트라 배우처럼 그 전체적인 퀄리티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도 있겠다 싶어 이 글을 적기로 했다. 만들기 쉽고, 별거 없을 것 같은 감자 샐러드를 테이블의 감초배우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 한번 알아보자.

평범한 감자 샐러드의 3가지 문제점

1. '감자'의 간이 약하다.

맛 좋은 감자샐러드는 감자 조각 하나, 하나에 간이 중심부까지 잘 배어있어야 한다. 따듯한 감자는 그 자체로도 혹은 약간의 소금만 쳐주면 그 맛이 좋지만, 차가운 감자를 이용하는 감자 샐러드는 간이 충분히 안되어있으면 맛이 무겁고, 밍밍하다. 

2. 감자가 덜 익거나, 더 익었다.

감자 샐러드의 감자는 아삭하거나 딱딱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반대로 너무 많이 익어서 감자가 뭉개져, 차가운 매쉬 포테이토 샐러드(?)가 되어서도 안된다. 좋은 감자 샐러드를 만들기 위한 감자의 익힘 정도는 감자조각이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폭신하며, 모서리 부근이 이제 막 부서질 듯한 정도가 좋다.(이 약간의 부서짐으로 인해 드레싱에 더욱 풍부한 감자의 맛이 첨가된다.)

3. 샐러드의 간이 약하다.

차가운 상태로 먹는 음식은 뜨거운 음식보다 간을 쌔게 해야 한다. 그 이유는 우리 혀의 미뢰 세포가 차가운 온도의 맛을 '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자 자체의 밀도, 그 무겁고 꽉 찬 감자를 맛 내려면 간을 넉넉히 해줘야 한다. 우리가 만들 것은 '차가운 감자'샐러드다. 그렇기 때문에 소금, 설탕, 식초 등으로 간을 할 때 생각보다 많은 양을 넣어줘야 한다. 이때의 포인트는 밸런스다. 각각의 맛이 경쟁하는 게 아니라 조화되게 해야 한다.

감자를 익힐 때는 찬물부터

좋은 감자 샐러드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 : 알맞은 텍스쳐(texture)로 감자 익히기. 감자는 전분 과립 형태의 세포 덩어리로 각 세포는 '펙틴'이라는 천연 풀에 의해 붙어있다. 감자를 익히면 펙틴이 천천히 부서지다 그 안에 전분입자가 물을 흡수하기 시작한다.

감자를 지나치게 삶은 경우, 펙틴이 너무 많이 부서져 감자 세포들이 떨어지기 시작해 결과적으로 무른 감자가 된다.(-차가운 매쉬포테이토의 첫걸음.) 이미 지나치게 삶은 상태에서 더 삶으면, 전분 입자가 지나치게 부풀어 터지기 시작한다. 결국 끈적한, 환영받지 못하는, 차가운 매쉬포테이토로 변한 감자를, 이도 저도 못하는 감자를 얻게 된다. 

반대로 감자를 덜 익힌 경우, 그중에서도 최악의 경우는 한 감자조각 안에 덜 익은 부분과 과하게 익은 부분이 동시에 공존하는 상태로, 이러한 최악의 경우는 썰은 감자를 '끓는 물에서부터' 넣었을 때 아주 쉽게 얻을 수 있다. 뜨거운 물에서부터 감자를 익히기 시작하면 열전도가 좋지 않은 감자는 겉면은 다 익었을 때 속은 이제 막 열을 받기 시작한다. 이러한 감자를 이용해 감자 샐러드를 만들면 그 결과는 참혹하다. 아삭한 감자(안 익은 부분)가 끈적한 매쉬포테이토(과하게 익은 부분) 속에서 헤엄치고 있을 것이다.

감자를 삶을 때는 찬물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물의 온도가 높아짐과 같이 감자의 온도도 같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감자의 크기에 따라 시간이 다르지만) 알맞은 시간을  익혀준다면 감자의 중앙 부분은 완벽히 익을 것이고 겉면에 모서리 정도만 막 부서지기 시작할 것이다.-약간의 부서짐은 드레싱과 섞여 맛을 높이고 농도가 나는 효과가 있다.

찬물부터 익히더라도 감자는 과하게 익을 수 있다. 덜 익음(undercooked), 알맞게 익음(cooked), 과하게 익음(overcooked)의 차이는 단 몇 분으로 나오기 때문에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감자의 간을 하면서 해결할 수 있다. 그것에 대해서는 다음 문단에서 알아보기로 하자.

감자에 간하기

감자가 뜨거울 때 간을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면 어느 정도 요리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말해도 좋다. 감자는 뜨거울 때 간을 해야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에 대해 알아보는 좋은 실험이 있어서 소개해본다.

실험방법은 간단하다. 같은 크기로 썰은 감자를 세 군데로 나눠 같은 시간 동안 삶는다. 첫 번째는 '간을 한 물'에 삶고, 두 번째는 물에서 '꺼내자마자' 간을 하고, 세 번째는 '차갑게 식은 다음' 간을 한다. 이때 소금 같은 색이 없는 것을 이용하면 확인이 어려워 녹색 식용색소로 대신했다. 그리고 세 가지의 감자를 완전히 식힌 다음 반으로 잘라 녹색이 침투한 정도를 확인해보니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Photographs: J. Kenji Lopez-Alt]

사진과 같이 뜨거울 때 간을 한 것과 그렇지 않을 것은 큰 차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물에 간을 하고 같이 끓인 것, 뜨거울 때 간을 한 것, 두 가지는 녹색이 전체적으로 침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지만 차가울 때 간을 한 것은 그 침투한 정도가 약한 것을 알 수 있다.(가운데 라인은 감자의 자연적인 흠이 있던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감자 표면에 조리된 (열반응한) 전분은 차가워질수록 단단해지고 젤라틴화 한다. 즉, 차가워진 후에는 어떤 것도 침투하기 힘들다. 그리고 두 번째는 감자가 식으면서 감자의 조직이 약간 수축하여 단단해진다. 단단해진 감자 표면을 뚫고 침투하는 것도 어렵고 침투했다 해도 수축하여 단단한 감자의 내부를 뚫고 중심부까지 침투하기는 힘들다. 

감자 삶을 때 식초 넣기

위에 두 가지, 물에 간하고 삶기, 뜨거울 때 바로 간 하기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침투성에 있어서는 그렇지만 물에 간을 하는 아주 좋은 이유가 있다. 특히 감자를 삶을 때 식초를 넣어주는 것은 감자가 과하게 익는 것을 방지해준다. 산성에서 펙틴은 훨씬 느리게 부서진다. 펙틴이 느리게 부서지면 그 안에 전분 팽창, 분해의 속도가 늦어져, 결과적으로 감자가 부서지는 것을 방지해준다. 약 1L의 물에 1T의 식초만 넣어주면 감자가 오버 쿡(overcook)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감자 샐러드를 위한 감자

러셋 포테이토, 분질 감자는 감자 샐러드에 알맞은 감자일까? 정답은 O. 

감자의 종류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러셋 포테이토, 분질 감자는 전분 함량이 높고, 폭신한 질감을 갖고 있고, 레드 포테이토, 점질 감자는 왁시하고 부드러운 부드러운 질감을 가지고 있다. 유콘 골드 같은 두 가지의 성질을 적당히 고루 가지고 있는 중간질 감자도 있다. 이와 같이 감자는 그 종류에 따라 다른 질감을 가지고 있다.(더 자세한 내용은 글 '감자 Potato'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thelifelab.tistory.com/19

 

감자 [Potato]

감자는 현재 재배 식물 가운데 가장 재배 적응력이 뛰어난 식물로, 해안가에서 부터 해발 4,880m까지, 히말라야나 안데스 산에서도 재배되고, 그린란드부터 사막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재배된다. �

thelifelab.tistory.com

레드 포테이토 같은 점질 감자는 더 단단한 조직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잘 부서지지 않아 감자 샐러드에 사용하기 좋아 보인다. 하지만 감자 샐러드에서 더 중요하 점은 '감자가 얼마나 간이 잘 되었느냐'이기 때문에 어떤 감자가 간이 더 잘 배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은 녹색 식용 색소를 이용한 실험을 두 가지 분질 감자와 점질 감자에 적용해서 실험한 결과, 점질 감자가 훨씬 간이 잘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샐러드에는 점질 감자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왼쪽이 점질감자, 오른쪽이 분질감자

샐러드 맛 내기

지금까지 감자 샐러드에 사용할 완벽하게 조리된 감자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알았으니 이제 남은 건 샐러드를 만드는 일뿐이다. 감자 샐러드를 만들 때는 정답은 없다. [The Food Lab]의 저자 Kenji L. 의 방법을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가장 좋아하는 쌀식초를 사용한다. 2T은 감자 삶을 물에, 다른 2T는 뜨거울 때 간을 하는 용도로, 마지막 2T은 마요네즈에 넣어 상큼함을 추가해준다. 마요네즈는 꼭 있어야 하는 재료로 감자 4 파운드 (약 1.8kg)에 마요네즈 1.25C정도가 적당하다.(기호에 따라 조절) 감자에 마요네즈를 넣고 저어주면 감자의 모서리 부분이 자연스럽게 부서져 섞여 들어가 드레싱에 부드러움을 더해준다. 약간의 매운맛을 위해 홀 그레인 머스터드를 넣는다. 피클은 감자 샐러드의 킥(kick)으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감자 샐러드를 잡아준다. 다진 샐러리나 적양파도 아삭한 식감을 추가하기 좋다. 설탕을 사용해도 좋고 아니어도 괜찮다.

Kenji의 말을 빌리자면 감자 샐러드를 만드는데 올바른 방법은 없다. 오직 기억해야 할 것은 감자 샐러드를 위한 완벽한 감자를 만드는 방법이다. 샐러드의 주재료인 감자만 제대로 얻을 수 있다면 그 맛을 내는 것은 누워서 떡먹기다.

기억해야 할 키 포인트

○ 러셋 포테이토, 점질 감자를 사용한다.

○ 감자를 균일하게 자르고, 조리할 때는 찬물부터, 그리고 물에는 간을 한다. 1qt (0.95L) 당 소금, 설탕, 식초 각 1T씩.

○  감자를 다 익어 물에서 꺼내자마자 다시 간(특히 식초)을 해 준다.

○ 차갑게 먹기 때문에 간을 뜨거운 음식보다 쌔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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